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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류성 식도염이 처음 생긴 지 2년 정도 된 것 같다.
증상이 있어서 진단을 받은게 아니라
위내시경 검사 결과에 "역류성식도염" 이라고 쓰여있어서 알게 되었다.

우리 집은 아이들을 9시면 재우는데
밥을 먹고 아이들과 잠시 놀다 보면 금방 잘 시간이 된다.
그렇게 밥을 먹고 금방 눕는 게 루틴이 되다 보니 역류성 식도염이 발생하게 된 것 같다.

그래도 증상이 없으니 처음엔 그냥 관리도 안 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그때부터 관리했었어야 했는데....

암튼 그렇게 한 1년 정도 지났을까.
증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증상이 다양하던데
나는 증상이 오는 날에는 속이 엄청 더부룩하고 뒷목이 뻣뻣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시간이 좀 지나면 머리가 미친 듯이 아프고 온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증상이 한번 나오면 보통 2~3일은 지나야 좀 괜찮아졌다.

처음엔 그냥 병원에 가서 처방받는 게 다였다.
약을 먹으면 증상은 점점 사라졌다.
그러다 또 아프면 병원 가고 약 먹고 좋아졌다 또 아프고 병원가고의 무한반복.

병원도 근처에 안 가본 내과가 없다. 의사마다 하는 말은 다 다르더라.
나 같은 경우에 극심한 편두통이 진짜 스트레스였는데
식도염 때문에 두통 올 순 없다는 의사도 있고
염증 때문에 피가 염증 부위로 쏠려서 당연히 두통 온다는 의사도 있고
의사마다 다 말이 달랐다.

근데 결국 처방은 똑같다.
받아보면 다 똑같은 약. 제산제, PPI, 소화제, 위염 약의 조합일 뿐.

병원을 많이 다녀보고 깨달은 게 있는데
결국엔 의사는 나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직접 관리해야 되는 병인 것을 알게 되었다.

역류성 식도염은 낫는 병이 아니다.
위와 식도 사이에 괄약근이 있는데
이 괄약근은 한번 늘어나면 다시 줄어들지 않는다.
평생을 나와 함께 해야 되는 병인 것이다.


마음을 고쳐먹고, 이 병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증상까지 달력에 기록해나가기 시작했다.
진짜 심했을 때는 일주일에 한 번씩은 아팠던 것 같다.

이 병은 매우 외롭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나도 그랬다.
음식이 눈앞에 있을 때 걱정부터 앞선다.
선뜻 아무거나 집어먹지 못한다.
다른 사람 눈에는 까탈스러운 사람이 돼버린다.
날 아프게 하는 음식이 식탁 위에 있으면 화까지 났다.
그렇다고 나 때문에 가족들의 식단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대로는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던 중에 역류성 식도염 카페에 가입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비슷한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많은 위로를 받았다.
다른 사람들의 신세 한탄을 읽으면서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다.

그곳에서 얻은 정보와
내가 하나하나 체험해가면서 얻은 노하우로
이제는 어느 정도 이 병과 공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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