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는 역시 찐이다.
아름다운 소설이다.
처음엔 등장인물도 많고 시점(時點, time point)과 장면 전환이 워낙 많아서 집중이 어려웠다.
하지만 적응이 되고 나서부터는 무서울 정도로 빠져들었다.
소설 속 상황에 몰입돼버렸고 끝내고 싶지 않아 아껴 읽었다.
이 소설을 재밌게 읽기 위한 두 가지 팁이 있다.
1. 시점(time point)과 장면 전환
시점과 장면 전환이 너무 많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소설 속에 친절히 힌트를 적어주었다.
시점의 전환은 * 로 표시돼 있고
장면의 전환은 *** 로 표시돼 있다.
2. 인물 간의 관계
등장인물이 워낙 많고 관계도 복잡하다.
인물들의 이름도 일본 이름이라서 많이 헷갈렸다.
그래서 인물 간의 관계도를 그렸는데 그 관계를 파악하고 나서부터는
소설의 재미가 배가되었다.
잔잔한 호수 같은 소설이다.
3명의 노인이 엽총 자살한 사건을 중심으로 흘러가며
주변 인물들의 상황, 성격, 과거, 성향 등을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이 묘사된다.
묘사라기보다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들이 담담하게 흘러간다.
죽음이라는 사건에도 불구하고
단 한순간도 격정적이지 않다.
소설의 시작부터 끝까지 잔잔한 호수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읽으면서 점점 소설 속 세계에 흠뻑 빠져들었다.
다 읽고 나서도 여운이 오래갔다.
아직 해답을 얻지 못한 부분도 있다.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작가는 어떤 이유로 이 제목을 붙였을까.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몇 번을 되뇌게 된다.
책 정보
- 카테고리: 일본소설
- ISBN: 9791160272994
- 출판사 서평
갖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보고 싶은 사람도, 이곳엔 이제 하나도 없어…
섣달 그믐날 밤, 엽총으로 자살을 한 세 노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어떤 심정으로 그런 선택을 내린 것일까. 책에서는 그 모든 게 모호하고 불명확하게 그려진다. 정확한 내막을 알 수 없어 답답하기도 하지만, 세상의 모든 것이 명확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글 중 가장 큰 특징은 딱 정해진 교훈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어떤 생각이, 어떤 행동이 옳은 것인지 미리 정해 두고 독자들에게 알리는 글과는 다르다. 따라서 에쿠니 가오리의 글에는 불륜, 나이차가 큰 사랑 등 ‘평범’하지 않은,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은 주제가 많이 등장한다. 에쿠니 가오리는 이런 주제를 옹호하지도, 비판하지도 않고 그저 다양한 사람들의 명확하지 않은 일상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그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독자들의 몫이다.
마당에 심은 구근 하나가 올해 처음 꽃을 피운 것을 발견했을 때라든지 슈퍼마켓에서 장을 다 보고 바깥에 나오자 비가 내리고 있었을 때 혹은 우연히 탄 택시의 운전기사의 느낌이 좋지 않았을 때 갑자기 세상이 아버지의 부재로 구성되어 있다는 감각에 휩싸인다. _본문 중에서
죽은 세 노인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남겨진 자들의 이야기 또한 이 소설의 중요한 요소이다. 아직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각각 세 노인에 대해 생각한다. 어쩌면 자신의 죽음은 온전히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 남은 사람들의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유쾌했던 고인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고인이 살아 있다는 듯이 마음속으로 말을 걸고, 누군가는 집 안에서의 고인과 집 밖에서의 고인의 차이점을 발견하고 혼란스러워 하기도 한다. 또한 고인의 유언을 받아들이지 않는 유족의 이야기도 작품에서 그려진다. 에쿠니 가오리는 남겨진 사람들이 마땅히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는 전제를 내세우지 않는다. 타인의 죽음 앞에 선 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죽음이라는 소재를 다룬 이번 에쿠니 가오리의 신간 장편 소설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는 과연 나의 죽음 앞에서, 타인의 죽음 앞에서 우리의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고찰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출처: 교보문고
- 작가: 에쿠니 가오리
일본의 소설가, 동화작가, 수필가, 시인.
1964년 3월 21일, 도쿄도 세타가야구 출생. 델라웨어 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였으며, 수필가 에쿠니 시게루의 딸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 편의 작가로 익히 알려져 있으며 그 외에도 반짝반짝 빛나는, 좌안, 낙하하는 저녁, 도쿄타워, 마미야 형제, 벌거숭이들 등의 작품이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특징적인 문체로도 유명한데, 여타의 소설들에 비해 유려한 우유체를 즐겨 사용한다. 2017년 2월에 국내에서 출간된 벌거숭이들을 참조하면, 도입부에 이런 문장이 있다.
모모가 귀가했을 때는 저녁 무렵이었다. 엊저녁부터 내리고 있는 비는 그칠 기미가 없고 현관문을 여는 동안에도 접은 우산 끝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핸드백을 먼저 현관 턱에 내려놓고, 조문객들에게 나눠준 종이 가방에서 소금이 든 작은 봉지를 꺼낸다. 봉지를 찢어 소금을 손바닥에 붓고, 모모는 자신의 양어깨에 두 차례 팍, 팍, 뿌렸다. 격식 있는 옷차림일 때만 신다 보니 아직 길이 들지 않은 구두를 벗고, 짐을 주워 들고 안으로 들어간다.
짧은 문장이지만 불필요한 미사여구는 들어가지 않았고, 그 안에서도 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별히 감정 묘사를 하지 않았는데도 독자로 하여금 감정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 그녀의 문체가 가진 특징이다. 이 외에 작중 등장인물의 감정 변화도 완곡하게 표현하는 편인데 이를테면 유리잔 안의 얼음이 부딪혔다 같은 식으로 묘사하는 편이다.
*출처: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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